가족·상속

가족 간 차용증 무이자, 2억 1,700만원까지 될까

가족 간 차용증 무이자, 2억 1,700만원까지 될까

부모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도 증여세가 붙지 않는 원금 상한은 약 2억 1,700만원입니다. 다만 이 숫자는 국세청이 그 돈을 증여가 아니라 "빌린 돈"으로 인정했을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상한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인정 조건이 무엇인지 차례로 보겠습니다.

2억 1,700만원은 어떻게 나온 숫자인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의4는 타인에게서 돈을 무상으로 빌리면 "빌린 금액 × 적정이자율"만큼을 증여받은 것으로 봅니다. 공짜로 쓴 이자만큼 이익을 증여받았다는 논리입니다. 현재 적정이자율은 연 4.6%입니다.

다만 같은 조항에 예외가 있습니다. 그렇게 계산한 이익이 연 1,000만원 미만이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여기서 상한이 역산됩니다. 1,000만원을 4.6%로 나누면 약 2억 1,739만원 — 이 금액까지는 이자를 한 푼도 주고받지 않아도 이자 부분에 대한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주의할 점은 이 판정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법은 대출 기간이 1년 이상이면 1년이 되는 날의 다음 날에 매년 새로 대출받은 것으로 보고 다시 계산합니다. 즉 2억원을 5년간 무이자로 빌리면 5년 내내 매년 "이익 920만원, 기준 미달, 과세 제외" 판정이 반복되는 구조입니다. 원금이 상한 아래라면 기간이 길어도 결과는 같습니다.

쪼개서 빌리는 우회는 통하지 않습니다. 같은 법 제43조 제2항은 증여일부터 소급해 1년 이내에 동일한 거래가 있으면 각각의 이익을 합산해 계산하도록 정하고 있어, 1년 안에 나눠 빌린 돈은 합산 이익 기준으로 1,000만원 미만인지를 판정받습니다. 합계가 상한을 넘으면 나눠 빌렸어도 이익 전액이 과세 대상이 됩니다.

3억원이 필요하다면 — 저리 설계의 계산법

상한을 넘는 금액이 필요할 때 쓰는 방법이 저리(낮은 이자) 설계입니다. 제41조의4는 무이자뿐 아니라 4.6%보다 낮은 이자로 빌린 경우도 다루는데, 이때 증여로 보는 금액은 "4.6%로 계산한 이자에서 실제 지급한 이자를 뺀 차액"입니다. 이 차액이 연 1,000만원 미만이면 역시 과세에서 제외됩니다.

3억원을 대입해 보겠습니다. 무이자라면 이익이 3억 × 4.6% = 1,380만원으로 기준을 넘어 전액이 증여재산가액이 됩니다. 그런데 연 380만원을 넘는 이자(월 32만원 남짓)를 실제로 지급하면 차액이 1,000만원 아래로 내려가 과세 대상에서 빠집니다.

경계값을 조심해야 합니다. 이자가 정확히 380만원이면 차액이 1,000만원과 같아져 "미만" 요건을 채우지 못합니다. 여유를 두고 연 400만원 안팎으로 설계하면 안전하고, 이 경우 3억원을 연 1.3% 남짓한 이자로 빌리는 셈이 됩니다.

다만 이자를 주고받는 순간 다른 의무가 생깁니다. 가족 간 대여 이자는 소득세법상 비영업대금의 이익(대금업이 아닌 사람이 일시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으로 분류되어, 이자를 받는 부모에게 25%(지방소득세 별도) 원천징수 세율이 적용되는 이자소득이 됩니다. 원칙적으로는 이자를 지급하는 자녀가 원천징수 신고·납부 의무를 집니다. 금액이 크지 않아도 절차가 번거로워서, 실무에서는 원금이 상한 아래면 무이자로 두고 상한을 넘는 부분만 저리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숫자보다 중요한 것 — "빌린 돈"으로 인정받는 조건

2억 1,700만원이라는 상한은 대여 관계가 인정된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국세청이 거래 자체를 증여로 재구성하면 이자가 아니라 원금 전체에 증여세가 붙고, 앞의 계산은 전부 무의미해집니다. 과세 실무에서 결정적인 것은 서류의 형식이 아니라 실제 행태입니다.

먼저 차용증에는 당사자, 금액, 이자율, 상환 기한, 상환 방법, 작성일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그 차용증이 나중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증이나 확정일자(공적 기관이 그 날짜에 문서가 존재했음을 확인해 주는 절차)가 대표적이고, 작성 당시 이메일이나 문자로 주고받은 기록도 시점 증빙이 됩니다.

서류보다 결정적인 것은 상환 실적입니다. 약정대로 원금이나 이자가 실제로 이체된 기록이 통장에 남아야 하고, 빌린 사람에게 갚을 소득이나 재산이 있어야 합니다. 만기가 지나도록 상환이 전혀 없이 연장만 반복되면, 처음부터 갚을 의사가 없었던 증여로 판단될 위험이 커집니다. 매달 소액이라도 원금을 나눠 갚는 이체 기록을 만드는 것이 실무에서 가장 단단한 방어막입니다.

이미 소명 요구를 받았거나 세무조사가 시작된 상황이라면 혼자 판단할 단계를 넘어선 것입니다. 조사 국면의 대응은 사실관계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므로, 세무사 등 전문가와 상담해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갚는 도중에 생기는 변수들

차용 관계는 시작보다 끝이 문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도 면제입니다. 갚아나가던 중에 부모가 "남은 건 안 갚아도 된다"고 하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6조에 따라 면제받은 날에 남은 채무액만큼을 증여받은 것이 됩니다. 차용으로 시작했어도 면제로 끝나면 그 시점에 증여세 문제가 그대로 살아납니다.

빌려준 부모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녀가 갚지 않은 대여금 채권은 부모의 상속재산에 포함되어 상속세 계산에 들어갑니다. 차용증과 상환 기록이 잘 갖춰져 있다면 정리가 깔끔하지만, 관계가 모호한 상태로 상속이 개시되면 그 돈이 사전 증여였는지 대여였는지를 두고 조사 단계에서 다툼이 생기기 쉽습니다.

기억할 것은 차용이 증여재산공제와 별개의 트랙이라는 점입니다. 무이자 차용 상한 2억 1,700만원은 성년 자녀 기준 공제 한도 5,000만원을 소진하지 않고, 반대로 공제를 이미 다 썼어도 차용은 가능합니다. 두 트랙을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가족 간 자금 설계의 핵심입니다.

물론 차용은 가족 간 돈거래에 걸리는 여러 그물 중 하나일 뿐입니다. 증여재산공제와 10년 합산, 자금출처조사까지 포함한 전체 지도는 가족 간 계좌이체, 어디까지 증여세가 나오나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차용증만 쓰면 증여세가 안 나오나요?

아닙니다. 차용증은 출발점일 뿐이고, 실제로 갚은 이체 기록과 갚을 능력이 함께 있어야 대여로 인정됩니다. 서류만 있고 상환이 없으면 증여로 재구성될 수 있습니다.

이자는 꼭 4.6%로 줘야 하나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4.6%는 의무 이자율이 아니라 증여 이익을 계산하는 기준입니다. 원금이 약 2억 1,700만원 아래면 무이자도 문제없고, 그보다 크면 차액이 연 1,000만원 미만이 되는 수준의 저리로 설계하면 됩니다.

차용증 공증은 꼭 받아야 하나요?

필수는 아닙니다. 공증은 차용증이 그 시점에 실제로 작성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단 중 하나이고, 확정일자나 작성 당시의 이메일·문자 기록으로도 시점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금액이 크다면 공증이 가장 확실합니다.

갚다가 부모님이 면제해주면 어떻게 되나요?

면제받은 날에 남은 원금만큼을 증여받은 것으로 봅니다. 애초에 증여세를 피하려고 차용 형식을 갖췄다가 면제로 끝내는 경로는 법이 이미 막아두고 있습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법률 자문이나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구체적인 법률·세무 문제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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