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요구권으로 연장된 2년은 집주인만 묶는 기간입니다. 세입자는 갱신된 계약이라도 언제든 나가겠다고 통지할 수 있고, 통지가 도달한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풀립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실제로 그렇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전월세 갱신을 둘러싼 다툼은 대부분 이런 비대칭 구조를 서로 모르는 데서 시작됩니다. 갱신을 거절당한 세입자도, 나가 달라고 말한 집주인도, 각자의 상황이 법의 어느 조문에 걸리는지부터 확인해야 판이 보입니다.
갱신에는 세 갈래가 있습니다
계약이 연장되는 길은 세 가지입니다. 서로 조건을 다시 정해 계약서를 새로 쓰는 합의 갱신, 만기가 다가오는데 양쪽 다 아무 말이 없어 자동으로 이어지는 묵시적 갱신, 그리고 세입자가 법이 준 권리를 행사하는 계약갱신요구권입니다. 겉보기에는 다 "계약이 연장됐다"로 끝나지만, 적용되는 조문이 다르고 그 뒤의 권리관계가 다릅니다.
묵시적 갱신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가 정합니다. 임대인이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 거절이나 조건 변경을 통지하지 않고, 세입자도 만기 2개월 전까지 아무 통지를 하지 않으면, 전과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봅니다. 이때 기간은 2년으로 간주됩니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제6조의3이 정합니다. 2020년 7월 31일 개정으로 신설된 조항입니다. 세입자가 같은 기간 안에 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고, 갱신된 임대차는 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2년간 이어집니다. 행사는 1회로 제한됩니다.
어느 길로 연장됐는지가 왜 중요할까요. 갱신요구권을 이미 썼는지가 다음 만기 때의 협상 지형을 정하고,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폭과 중도에 나갈 수 있는 권리가 각각 다른 조문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분쟁이 생겼을 때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내 계약이 세 갈래 중 어디를 지나왔는가입니다.
| 구분 | 합의 갱신 | 묵시적 갱신 | 갱신요구권 행사 |
|---|---|---|---|
| 근거 | 당사자 합의 | 주임법 제6조 | 주임법 제6조의3 |
| 성립 | 새 계약서 작성 | 양쪽 모두 통지 없음 | 세입자의 요구 도달 |
| 기간 | 약정에 따름 | 2년 간주 | 2년 간주 |
| 세입자 중도해지 | 약정에 따름 | 언제든 통지, 3개월 후 효력 | 언제든 통지, 3개월 후 효력 |
| 횟수 제한 | 없음 | 없음 | 1회 |

갱신요구권, 날짜가 절반입니다
갱신요구권 분쟁은 법리 다툼 이전에 날짜에서 갈립니다. 요구는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 안에 임대인에게 도달해야 합니다. 만기가 내년 3월 31일인 계약이라면 올해 9월 30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가 그 창구입니다. 이 기간을 지나서 한 요구는 갱신요구권의 효력을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날짜만큼 중요한 것이 기록입니다. 전화로 말했다, 만나서 이야기했다는 주장은 상대가 부인하면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문자메시지나 내용증명처럼 언제 무엇이 도달했는지 남는 수단을 쓰고, 기간의 경계에 걸리지 않도록 여유를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행사 횟수는 1회입니다. 처음 2년을 살고 갱신요구권으로 2년을 더 살았다면, 그다음 만기에는 이 권리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 시점부터는 합의 갱신이나 묵시적 갱신의 영역입니다. 반대로 지금까지 연장이 전부 묵시적 갱신으로 이루어져 왔다면 갱신요구권은 아직 쓰지 않은 카드로 남아 있습니다. 2020년에 이 제도가 생긴 뒤 첫 갱신을 쓴 계약들이 만기를 반복하고 있는 지금, "내가 이 권리를 이미 썼는가"를 계약서와 통지 기록으로 따져보는 일이 협상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 권리를 행사하면 임대료 인상은 5% 상한에 묶이고, 세입자에게는 중도해지권이 생깁니다. 뒤에서 각각 따로 보겠습니다.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는 아홉 가지
임대인이 갱신 요구를 적법하게 거절하려면 제6조의3 제1항 단서에 열거된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합니다. 조문이 정한 사유는 아홉 가지입니다.
① 세입자가 2기의 차임액에 이르도록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②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③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이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④ 임대인 동의 없이 전대(세입자가 다시 세를 놓는 것)한 경우
⑤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주택을 파손한 경우
⑥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멸실되어 임대차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⑦ 주택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철거·재건축하기 위해 점유 회복이 필요한 경우 (계약 당시 구체적 고지, 안전사고 우려, 다른 법령에 따른 경우로 한정)
⑧ 임대인이나 그 직계존속·직계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⑨ 그 밖에 세입자가 의무를 현저히 위반하거나 임대차를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①의 문언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문은 연체 "중"이라고 하지 않고, 2기분에 이르도록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라고 적었습니다. 갱신을 요구하는 시점에 밀린 돈을 다 갚았더라도 과거의 연체 이력이 거절 사유로 등장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2기는 연체액의 합계가 두 달치 월세에 이르는 것을 말합니다. 두 달 연속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아홉 가지 중 판단이 가장 어려운 것은 ⑧, 실거주 거절입니다. 나머지 사유들은 연체 기록이나 파손 상태처럼 비교적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반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는 임대인의 마음속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법원이 기준을 세웠습니다.

실거주 거절은 말로 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2다279795 판결이 이 문제의 기준점입니다. 2023년 12월 7일 선고된 사건인데, 사실관계가 전형적입니다. 보증금 6억 3,000만원짜리 아파트의 임대인이 본인과 배우자, 자녀가 살겠다며 갱신을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소송에 들어가서는 본인 또는 부모가 살 것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배우자가 살고 부모는 인근 다른 아파트에 살기로 했었다며 말을 바꿨습니다. 부모가 이 집에 살아야 하는 이유로는 11년간 1년에 한 번에서 다섯 번쯤 다닌 통원 진료를 들었습니다.
대법원은 두 가지를 선언했습니다. 첫째, 실거주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의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습니다. 임대인이 자기 말이 진짜임을 증명해야 하고, 세입자가 거짓임을 먼저 밝힐 필요는 없습니다.
둘째, 거주 의사는 표명만으로 인정되지 않고, 그 의사가 가공된 것이 아니라 진정하다는 점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필요합니다. 임대인의 주거 상황, 가족의 직장과 학교, 거주 의사를 갖게 된 경위, 거절 전후의 사정, 의사와 모순되는 언동, 이사 준비의 유무 같은 것들을 종합해 판단하라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든 사정만으로는 거주 의사가 가공되지 않았다고 수긍하기에 의문이 남는다고 보고, 원심이 이를 더 심리했어야 한다는 이유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2주 뒤에 나온 2023다263551 판결은 같은 법리를 다른 장면에 적용했습니다. 건물 2층에 살던 임대인이 3층 세입자에게 "불편하니까 집을 쓰겠다"며 거절 통지를 했는데, 소송 중에 처음으로 취업 준비 중인 손자가 살 예정이라고 주장을 바꿨고, 바뀐 사유를 뒷받침할 증거는 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도 파기환송(원심 판결을 깨고 다시 재판하도록 돌려보내는 것)했습니다. 두 판결을 겹쳐 읽으면 법원이 무엇을 보는지가 선명해집니다. 일관된 설명, 그리고 말과 맞아떨어지는 행동입니다.
세입자 입장에서 이 법리는 다툼의 무기이자 한계입니다. 거절 통지를 받았다면 통지 내용과 시점, 임대인의 말이 바뀌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뒤의 모든 절차에서 힘이 됩니다. 다만 개별 사건의 결론은 그 사건의 사정 전체에 달려 있어서, 기록이 있다고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거주 거절을 받았고 액수가 큰 상황이라면 이 단계에서 변호사나 법률구조 기관과 상담해 대응 순서를 잡는 편이 안전합니다.
거짓이었다면 손해배상은 어떻게 계산될까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임대인에게는 사후 의무가 붙습니다. 제6조의3 제5항이 정한 요건은 이렇습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했는데, 갱신됐더라면 이어졌을 기간(종전 계약 만기부터 2년)이 지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그 주택을 임대한 경우. 이때 임대인은 세입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배상액은 제6항이 정합니다. 미리 합의해 둔 배상액이 없다면 다음 셋 중 가장 큰 금액입니다.
① 거절 당시 월차임의 3개월분 (보증금이 있으면 법정 비율로 월세로 환산해 합산한 환산월차임 기준)
②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해 받는 환산월차임과 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
③ 갱신 거절로 세입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액
가상의 사례로 계산해 보겠습니다. 보증금 없이 월세 100만원으로 살던 박 씨가 집주인의 실거주 통보로 집을 비웠는데, 반년 뒤 그 집에 새 세입자가 월세 150만원으로 들어왔다고 해봅시다. 보증금이 없는 계약이라 월세가 곧 환산월차임입니다.
①은 300만원입니다. ②는 차액 50만원의 2년분, 1,200만원입니다. ③은 이사비와 중개보수 등 박 씨가 증명하는 실손해입니다. 셋 중 큰 금액이므로 이 사례의 기준선은 1,200만원이 됩니다.
보증금이 있는 계약이라면 계산이 한 단계 늘어납니다. 보증금을 법정 전환율, 그러니까 연 10%와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2%를 더한 값 중 낮은 비율로 월세로 바꿔 원래 월세에 더한 금액이 환산월차임입니다. 가령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60만원인 계약에서 전환율을 연 4%로 놓으면, 보증금 몫이 월 약 16만 7,000원이라 환산월차임은 약 76만 7,000원이 됩니다. 위 ①과 ②의 비교는 이 환산된 금액끼리 합니다.
조문의 경계도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 조항은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를 요건으로 합니다. 임대인이 집을 비워둔 채 팔았거나 공실로 두고 있다면 이 조항의 문언에는 바로 걸리지 않습니다. 그 경우까지 배상을 구하려면 일반 불법행위 같은 다른 구성을 검토해야 하는 영역이라, 사안에 따라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새 세입자가 들어왔는지 확인할 길도 법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당한 세입자였던 사람은 확정일자 부여기관에 그 집의 새 임대차 정보(임대인·임차인의 성명,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과 보증금, 임대차기간) 열람이나 서면 교부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시행령이 이 경우를 이해관계인으로 명시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내보내진 뒤 2년간은 옛집의 상황을 확인해 볼 실익이 있습니다.
5% 상한, 어디까지 적용될까
임대료 인상의 상한은 두 조문이 함께 만듭니다. 제7조는 차임이나 보증금의 증액 청구가 약정 금액의 20분의 1, 즉 5%를 초과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그리고 갱신요구권으로 갱신된 계약은 전과 동일한 조건이 원칙이되, 차임과 보증금을 제7조의 범위에서 증감할 수 있다고 제6조의3 제3항이 연결합니다. 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세입자에게 임대인이 올려 받을 수 있는 최대치가 5%인 이유가 이 연결 구조입니다.
계산은 단순합니다. 보증금 4억원 전세라면 최대 2,000만원을 더한 4억 2,000만원까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이라면 보증금은 1,050만원, 월세는 105만원까지입니다. 시행령 제8조는 여기에 시간 제한을 더합니다. 증액은 계약 체결이나 직전 증액 후 1년 이내에는 청구하지 못합니다.
상한을 넘겨 냈다면 끝난 일이 아닙니다. 제10조의2는 5%를 초과해 지급한 차임이나 보증금 상당액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미 올려주고 살고 있는 중이라도 초과분은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한 가지, 5%가 모든 재계약의 상한이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조문의 사정거리는 증액 청구와 갱신요구권 갱신 국면입니다. 갱신요구권을 이미 썼거나 쓰지 않기로 하고 조건을 새로 합의하는 계약이라면 적용 국면이 달라질 수 있고, 이 경계는 사안마다 다툼의 소지가 있습니다. 내 재계약이 어느 국면인지 애매하다면 서명 전에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법은 지역별 조정 가능성도 열어 두었습니다. 제7조 제2항 단서는 시·도가 관할 구역의 임대차 시장 여건을 고려해 5% 안에서 상한을 조례로 달리 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낮출 수만 있고 높일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계약하는 지역의 조례가 별도 상한을 두었는지는 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서 그 시·도의 주택임대차 관련 조례를 검색해 확인할 수 있고, 조례가 없다면 법정 상한 5%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갱신 협의에 "전세를 월세로 바꾸자"는 요구가 함께 오는 경우의 법정 전환율과 계산은 전세 월세 전환율 계산법, 갱신 때 거절할 수 있을까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묵시적 갱신이 오히려 힘이 셀 때
묵시적 갱신을 "챙기지 못해 일어나는 일"로만 이해하면 절반만 아는 셈입니다. 제6조의2에 따르면 묵시적으로 갱신된 계약에서 세입자는 언제든지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해지의 효력이 생깁니다. 기간이 2년으로 간주되는데도 그렇습니다. 임대인은 2년을 지켜야 하고 세입자는 3개월 예고로 떠날 수 있는, 한쪽으로 기운 설계입니다.
이 해지권은 갱신요구권으로 갱신된 계약에도 그대로 붙습니다. 제6조의3 제4항이 제6조의2를 준용하기 때문입니다. 갱신해서 2년을 더 살기로 했지만 사정이 생겨 1년 만에 이사해야 한다면, 통지 후 3개월 시점에 계약이 종료되고 그 이후의 월세 의무도 함께 끝납니다.
갱신된 2년은 세입자에게는 보장이고, 집주인에게는 구속입니다.
물론 묵시적 갱신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는 않습니다. 제6조 제3항은 2기의 차임액에 달하도록 연체했거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세입자에게는 묵시적 갱신을 적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자동 연장에 기대는 전략에는 불확실성이 따릅니다. 임대인이 만기 6개월에서 2개월 전 사이에 조건 변경이나 거절을 통지해 버리면 묵시적 갱신은 성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확실하게 2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간 안에 갱신요구권을 행사해 도달 기록을 남기는 쪽이 맞고, 이동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면 묵시적 갱신의 해지권이 같은 기능을 해 준다는 점까지 놓고 판단할 문제입니다.
집주인 쪽에서 보면 결론은 반대로 읽힙니다. 조건을 조정하고 싶다면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가 통지의 창구이고, 이 기간을 흘려보내면 전 조건 그대로 2년이 이어집니다. 양쪽 모두에게 달력이 조문만큼 중요합니다.
복비 분쟁, 법전에는 답이 없습니다
갱신과 해지의 끝에는 흔히 중개보수 다툼이 붙습니다. 계약 기간 중간에 나가는 세입자에게 임대인이 "새 세입자 복비는 네 부담"이라고 요구하는 장면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 문제의 법정 답을 찾으려 하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중도 퇴거 시 중개보수를 누가 부담하는지에 관한 조문이 없습니다. 중개보수는 원래 중개를 의뢰한 계약 당사자가 내는 돈이고, 중간 퇴거 국면에서 누가 얼마를 떠안을지는 당사자 간 약정과 개별 사정의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법이 비어 있는 자리라서 오히려 절차가 중요합니다. 시행령 제22조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가 다루는 분쟁 유형에 "공인중개사 보수 등 비용 부담에 관한 분쟁"을 명시해 두었습니다. 임대차계약의 갱신과 종료에 관한 분쟁, 손해배상 분쟁도 같은 목록에 있습니다. 서로 감정만 상해가는 실랑이 대신 조정 절차에 올려 제3자의 판단을 받는 길이 마련되어 있는 셈입니다.
다음 계약에서는 다툼 자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중도 퇴거 시 중개보수를 누가 어떤 비율로 부담할지 계약서 특약으로 미리 정해 두는 방법입니다. 법이 정하지 않은 자리는 약정이 채우고, 약정이 있으면 분쟁은 해석 문제로 좁혀집니다.
합의로 정리한다면 금액과 조건을 문자나 문서로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본 묵시적 갱신 상태에서 3개월 예고로 나가는 경우라면 계약은 적법하게 종료되는 것이므로, 그 이후의 비용 부담을 요구받을 때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투게 됐다면 순서가 있습니다
소송까지 가기 전에 쓸 수 있는 절차가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4조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지부 등 법이 정한 기관에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두도록 했고, 차임 증감, 임대차 기간, 보증금 반환, 유지·수선 의무에 관한 분쟁을 심의·조정 대상으로 정했습니다. 시행령이 갱신·종료 분쟁과 손해배상, 중개보수 부담 분쟁까지 목록에 더해 두었으니, 앞에서 다룬 다툼 대부분이 조정의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신청 방법도 문턱이 낮습니다. 시행령 제30조에 따라 서면으로도, 구두로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관할은 해당 주택 소재지의 조정위원회이고, 신청 취지와 분쟁 내용을 적고 증거가 있으면 붙이면 됩니다. 지금까지 강조한 도달 기록, 통지 내용, 말이 바뀐 흔적들이 여기서 증거가 됩니다.
한계도 알고 가야 합니다. 제21조 제3항은 각하(요건을 갖추지 못한 신청을 내용 심리 없이 물리치는 것) 사유를 정하는데, 그중에는 피신청인이 조정 절차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통지한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가 테이블에 앉기를 거부하면 조정은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미 소송이 제기된 사건도 조정 대상이 아닙니다.
조정이 막히거나 액수와 쟁점이 무거운 사안이라면 변호사 상담으로 소송 실익을 따져보는 것이 다음 순서입니다. 조문과 판례가 그려주는 것은 판단의 지도까지입니다. 같은 조문도 사실관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됩니다.
그래도 지도가 있으면 첫걸음은 정해집니다. 내 계약이 세 갈래 중 어디를 지나왔는지 계약서와 통지 기록으로 확인하고, 날짜의 창구 안에서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5% 계산과 초과분 반환 청구를 검토하고, 다툼이 되면 조정위원회부터 두드리는 것. 한줄 코멘트. 갱신 분쟁은 목소리 큰 쪽이 아니라 날짜와 증명을 갖춘 쪽으로 기웁니다.